2024년 1월 25일 목요일

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어떻게요?..”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저를 위해서요?”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기 때문이라옹

 

내 것이 아닌 감정

그 말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때 같이 있었는데

감정이 어떻게 제 감정이 아니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들이 결정 내버린 감정에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옹,

그때 그냥 주워 줄려고 했던거자나옹?”

“…맞아요”

 

젤리는 자주 오던 앤비를 걱정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렇게 지켜보다 다짐했고 할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났었다.

 

‘좀 더 내가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그런 속상한 일은 겪지 않았을텐데…’

 

더 빨랐더라면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에

지나간 이 상황이 더 속상하게만 느껴졌다.

 

“그럼 그냥 보내버리자옹

“…”

“나도 지나간 일에 미련이 한가득일 때가 있는데

그냥 좋은 마음에 해준 걸 생각만 하면 된다옹.”

“좋은 마음이요…?”

 

앤비는 자루를 들던 상황을 떠올렸다.

눈길 하나 주지 않던 자루를 들고서

찾아주려고 했을 때의 그 마음

 

“좋은 마음에 한 건 변하지 않는다옹

“저도 아는데

오해가 생기니까.. 저도 모르게 속상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지나간 일에 미련은 있다옹

그걸 잘 흘려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옹

“그냥 흘려보내라는거에요..?”

“그렇다옹, 미련은 두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거다옹

 

“저는 항상 도돌이표처럼 생각했어서…”

“나도 더 빨리 너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옹,

하지만 지나가버렸지..”

 

이 모습을 보니까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결심을 했기에 더 이상은 미련이 없었다.

아니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누워보라옹”

 

젤리는 잔디 바닥을 툭툭 치며 앤비를 불렀다.

“흘려보내는 건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을 즐기는 것 보다 좋은 건 없다옹

 

앤비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위로에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가장 좋아하는 걸 하거나,

편하게 생각을 잊을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옹"

 

‘잊을 수 있는 생각…’

점점 눈 시울이 붉어졌다.

조심스레 잔디에 몸을 누어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주로 잔디에 누워서 별을 본다옹

아무 생각없이 별을 바라보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우와… 보름 달이 엄청 크네요

 

**

 

 

떠 있는 보름달은 크고 선명한 빛을 내었고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 듯

빛이 나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았다.

 

 

“함께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옹,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네??”

 

앤비는 젤리에 말에 놀라 일어났다.

“정말이에요…?”

 

믿을 수 없었다.

“제가 들은 게 진짜…”

“어땟나옹? 피로가 풀리는 것 같지?”

 

젤리에 눈가에는 반짝이는 별이 담겨졌다.

“지금처럼 좋은 건 두고두고 봐야한다옹.”

“그럼 저와…”

 

앤비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잘 못 들었을 까 걱정됐다.

젤리는 앤비를 보며 입꼬리를 진하게 올렸다.

“밝은 빛이 되 줄게

“…”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기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긴장 된 몸이 사르르 풀리듯

눈에는 눈치 없이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갑자기 말 바꾸시고 그러시는 거 아니죠….”

앤비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훌쩍였다.

“옷…이런 말은 처음이라…”

 

젤리는 당황했다.

보이는 것도 처음..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를 직접 위로하는 것도 처음

 

“나는 없는 말은 안한다옹

그 대신 달라진다는 조건 하에 가는거다옹,

나도 그냥 갈수는 없다옹

 

젤리에게 마지막 소원은 신중했다.

 

 

앤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였다.

“달라져볼 게요…”

 

항상 달라지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다.

누군가 말해주길 기다렸었고

괜찮다 말해주길 기다렸었다.

 

지금이 아니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달라질 수 있다옹, 믿음에는 큰 힘이 있지

“감사합니다…”

앤비는 작게 속삭였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 말이 빛처럼 들렸다.

 

젤리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믿음에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지금부터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마법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옹~"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앤비는 어둑한 길을 혼자 걸어왔지만,

둘이 같이 갈 수 있어 설레였다.

 

양 손을 젤리 앞에 내밀었다.

“저는.. 그냥 옆에만 있으셔도 좋아요

“서운한 말을 큰 힘이 될거라옹,

힘든 일, 안좋은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옹

 

앤비는 그 말에 화사한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댈 수 있음에 편안해졌다.

 

무슨 일 이 있을 때마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큰 위로처럼 들렸다.

“듣기만 해도 정말 좋아요~”

 

***

 

설레는 표정으로 젤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애완이가 환생하면 어디로 가나요?"

"다른 생을 살아갈 수도 있고, 옆에서 지켜줄 수도 있다옹"

"그럼 기다린다는 말은 진짜였네요..."

"맞다옹"

 

앤비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킴이로써 아직 옆에 있을 수도 있다옹

 

어려서 몰랐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진짜였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제가 잘해줬을까요…?”

“잘해줬나옹?”

“떠나니까 못해준 것만 기억나더라구요…”

 

“말하진 않더라도 다 안다옹

그때에 추억들이 많다면 좋은 기억에 남겨져 있을거라옹

“그랬으면 좋겠어요

 

앤비는 젤리의 체온을 느꼈다.

그때의 체온이 다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꼭 끌어 않지는 말라옹

젤리는 약간 숨통이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아아.. 죄송해요, 추억에 잠시 잠겨서…”

 

“추억하다가 홍~ 가는 줄 알았다옹

“많이 제가 졸랐어요?”

“잠깐 별을 보러 갔다 와도 될 정도에 힘이었다옹

 

앤비는 놀라 팔에 힘을 서서히 풀었다.

“안고 있으면 힘 조절이 어렵더라구요

아프시지는 않죠??”

 

젤리는 몸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앤비에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보이는 건 참 좋은 것 같다옹

“느낄 수 있어서요?”

“맞다옹.

그거 아나옹, 좋은 기억을 남기면 그 자리에 남는다옹

“떠나도요? 뭔지 알 것 같아요…”

 

마치 그 자리에 온기가 있는 것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마지막 모습도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다.

 

 

**

 

 

화사한 꽃들이 상큼하고 달콤한 꽃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같이 가니까 좋나옹?”

앤비는 집에 가는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저 요정처럼 생기지 않고 애완이처럼 생기셨어요..”

“혹시 이렇게 생겨서 곤란하나옹?”

“곤란한 건 아닌데너무 귀엽게 생기겨서요..

 

누가 보더라도 애완이를 길줍해서 온 것처럼 보였다.

애완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집 앞에 다가가니 서서히 걱정이 들었다.

 

집에 들어온 생명을 내쫓거나 하시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젤리를 품에 안고 많은 생각을 누르며 왔다.

 

젤리는 누가 봐도 똑똑해 보였다.

나보다 더 쉽게 설득하고 

말을 잘해서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무거운 발걸음도 가벼운 척 걸어왔다.

 

“혹시 걱정하나옹?”

“실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요어떡해 말해야 할지..”

 

젤리도 예상치는 못했다.

그 말에 깊게 고민을 했다.

 

“나와 함께할 생각은 있나옹?”

“그런 말 하지 말아주세요…”

 

오는 내내 다짐했다.

달라질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젤리가 서운하게 느껴졌다.

 

“나는 나 때문에 곤란해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옹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앤비는 젤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젤리는 앤비에 얼굴을 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표정이 었다.

“감동이다옹”

“아니에요, 저는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말하는 게 두려웠지만, 더 이상 두려워지지 않았다

함께할 수 만 있다면

무엇이 되었던 아무렇지 않아졌다.

 

“말하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옹

“제가 선택한 거니까 괜찮아요

“너무 부담은 가지지 말라옹~”

“저는 부담이라 생각 안해요, 옆에 있어주 실 거잖아요

"말해야 하는 일은 말해야한다옹. 긴장되는 일이라도.."

 

맞다. 모든 일은 숨길 수 없다

그런데도 말하는 건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다.

편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부터 달라질 건가봐요…”

“이제부터 시작이라옹

 

젤리는 찡긋 웃으며 말했다.

앤비도 긴장이 사르르 녹는 듯

해맑게 젤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여기가 우리 집이예요

 

앤비의 집은 펜스들은 크게 높지 않아

주위가 넓어보였고

동산처럼 둥글어 자연에 그대로의 분위기였다.

 

“오호~ 여기구나, 참으로 좋은 향기가 가득하다옹

 

나무 문을 열자 화초와 덩굴식물.

아기자기한 화분이 진열된 선반, 파스텔 톤의 원목 인테리어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제가 치우지를 않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치우고 나갈걸..”

“말 편하게 하라옹, 이제부터 같이 살 동거인데~”

“앗, 정말요??”

“난 편한 게 좋다옹

젤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 이렇게 올림말 쓰는 것도 불편했다.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앤비는 조심스러웠다.

쉽게 말을 놓는 성격은 못되어

오래 봐야 조금씩 편하게 했었다.

 

“뭐 애칭 같은 게 생각나나옹?

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옹

“오래 봐야 애칭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니, 생기지 않을까…?”

 

젤리는 흠짓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젤리는 앤비 품에 나와 소파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몸을 웅크려 고개를 숙였다.

 

“어… 왜그래?”

앤비는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라

말없이 젤리를 바라봤다

 

“모르나옹..?”

“…나는 잘 모르겠어…”

 

 

“이제 같이 지낼 건데.. 서운하다옹

나는 말없이 계속 지켜봐왔다옹. 잠시 늦었을 뿐…”

“급하게 친해지면 내 행동도 어색해질까봐…”

 

“오랫동안 친하면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나옹?”

“조금은 알지 않을까…?”

“나는 많은 걸 보면서 느꼈다옹.

꼭 오래 봐야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라는걸..”

 

앤비는 문득 떠올랐다.

오래 봐서 다 말할 수 있었다면

편하게 느껴졌더라면

말하는 게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을 테니까

 

“오래 볼수록 모를 때가 있다옹

“그럼 어떻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느끼는 감정이 제일 중요하겠지옹?”

“감정? 그러네…”

 

감정은 그때 그때 달라진다.

뭔가 해답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래서 오래 본다고 해서

그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옹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을 것 같아…”

 

젤리는 기지개를 쭉 피고 다시 일어나 앤비 앞으로 갔다.

“하지만 내가 천천히 다가가겠다옹

그 말에 앤비는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 “어떻게요 ?..”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저를 위해서요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