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소원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키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다 깊은 잠이 들고 깨어났다.
단 하나의 소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라옹”
"진짜요?"
젤리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끄덕였다.
소원을 들어주고 행복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젤리는 춤추듯 앤비 사이로 돌았다.
소원을 시작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걸 포착한 젤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 어떠나옹?”
"어떤게요...?"
"기분이 팡~ 하고
좋아지지 않나옹?"
"저 괜찮아요~"
"옹...?"
원래대로라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 내린 순간,
눈빛부터 달라진 걸 볼 수 있었겠지만,
앤비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옹.. 뭐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젤리는 황급하게 수호목에 다가갔다.
“제가 이번에 늦게 깨어난 점이 있다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디….”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후 차분하게 앉아 기도 했다.
"왜 제 몸이 보이는 걸까요"
온 신경을 집중해 자연의 소리에 경청했다.
풀벌레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젤리는 조용히 속삭였다.
"저 아이의 소원이라도 들어주세요"
젤리에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달빛에 비쳤다.
젤리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풀벌레 소리는 아름다운 협주곡처럼 찬란하게 울려 퍼지며
영롱한 빛이 젤리를 맴돌았다.
"돌아온 건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건가 이제?"
젤리는 일어나 양 손을 꼭 지며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에 비친 영롱한 빛을 보며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다옹"
젤리는 힘차게 일어나 앤비에게 갔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다옹, 괜찮다옹, 지금은 어떠나옹?"
"괜찮아요"
그보다 젤리 주변으로 맴도는 빛이 더 신기했다.
"괜찮은 게 맞나옹? 아니..”
괜찮다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계속 의문투성이였다.
눈빛도 그렇고..
살짝 연둣빛 돌면서 새싹처럼
초롱초롱해져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왜… 무슨 일 있어요?”
그 말에 젤리는 몸이 빠르게 움찔했다.
소원이 어찌 되는지 모르겠어서인지 무언가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아니다옹"
"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수호목에는 언제부터 있으셨던거에요?"
“얼마나 있었을 것 같나옹?~
초반에는 아주 쉬운 것부터 장난감부터
그리고 점점 난이도를 높여 시험합격,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
아주 다양했다옹"
"그렇게 많은 소원을 들어주면 기억나요?"
"소원을 들어줄 때는 다 특별한 기억이다옹, 그래서 다 기록하지."
젤리는 소원을 들어준 때를 회상했다 말을 이었다.
"그렇게 소원을 들어주고 기다리고 들어주고 기다리고 반복했어,
나고 자라는 모습도 보고 좋았어~ 나는 진심을 다했다면 잘 되길 바랬다옹,
소원은 멀지 않고 가까이있어"
"지금처럼요?"
"맞다옹, 간절해서
보이는거라옹."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앤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요정도 이름이 있으시죠?"
보이니 이렇게 누리지 못할 일이 생기다니 마냥 신기했다.
이 기분을 짧게 끈낸다는 게 오히려 아쉽겠어
마지막 소원이니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옹.
"내가 말랑말랑하게 생기지 않았나옹?"
"네! 엄청 말랑말랑하고
윤택하게 생기셨어요"
몸의 빛깔은 싱그러운 잎을 닮아 윤택이 나고 신비로웠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귀가 앞으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투명한 몸을 가져 탱글해보였다.
앤비는 젤리와 다르게
북슬북슬한 카라멜 털을 가진 붉은 양 볼의 반꽃잎을 한 뒤영이다.
"나는 젤리다옹, 너의
이름은 ?"
앤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 앤비에요"
"아하~ 항상
오는 거 봤다옹, 나한테 이제 편하게 말하라옹"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숨겨온 속마음과 함께 수호목 아래에서 우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앤비가 올때마다 고개를 내밀며 젤리는 앤비의 말을 경청했다.
젤리는 우선 앤비에 모든 걸 알기 위해 친해지고 싶었다.
"편하게라면..."
"속에 있는 말을 하면 된다옹"
잠시 망설여 졌다.
속에 있는 말을 해서 달라질까? 그렇게 말해서 달라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적이 없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수호목에 왔었다.
머리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털어놓고 싶은 거 마음껏 털어놔보라옹. 다 들어주겠다옹”
앤비는 오기 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저.. 그럼 제가 오해받은 것 좀 풀어주세요..."
"오해를 받았나옹?"
"가능할까요?"
"자세히 말해보라옹"
앤비는 그 일들을 떠올리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젤리는 가까이 붙어 앉았다.
"제가 아무런 말을 못했어요...
아마 저라고 생각하겠죠? 말도 못하는 제가 가끔.. 속상해요
이런 제 자신이 가끔은 밉기도 하구요…말할걸 말할걸이라고 맨날 생각만
해요"
앤비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후회했다.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그럼 방금 전일은…”
"이미 그들은 생각을 안할 수도 있다옹,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아니라고 말 할수 있는 용기와 거부 할 수 있는
용기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그렇게 된 과정에서 나를 미워하는 것 보단 자책하는 것 보단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기 때문이라옹”
젤리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풀어주기 위해
다시 떡갈나무로 올라가, 영롱한 초록 잎을 물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 떡갈나무 잎에 이리저리 오물오물 씹다 조금씩 모양을 냈다
이내 초록색 잎을 하나 물고 오더니
갉작갉작 소리를 내며 먹었다
퉷!
...먹지는 않았다.
나뭇잎은 하트모양으로 갉아져 있었고,
...좀 축축했다.
"선물이라옹"
그저 침 범벅인 나뭇잎 하나였다.
하지만 앤비에게는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저 받으라옹"
앤비는 떡갈나무 잎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마음 한구석이 따스하게 일렁이고. 지금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젤리가
좋아졌다.
“아. 맞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게 있다옹. 중요한거라고 해서 아주 중요한 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옹.
그 생각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방법들, 소중한 감정 지키는 중요한
걸 하면 된다옹”
"소중한 감정을 지키는거요..?
그게 어떤 건데요?"
생각을 뒤로 미루는 방법이 있는걸까...
젤리는 환하게 웃으며
잔디 바닥을 툭툭 치며 앤비를 바라보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걸 하거나,
그 생각을 잊을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옹"
앤비는 조금 망설였다.
한 번도 수호목에서 누워본 적 없었고
벤치에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거나
수호목에 기대어 앉아 잠시 쉬기만 했다
[풀썩- ]
젤리는 편하게 온 몸을 맡기듯 누웠다.
"누워보라옹, 나는
주로 잔디에 누워서 별을 보는 거지!
아무 생각없이 별을 바라보는 것도 아주 좋다옹"
앤비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떠 있는 보름달은 크고 신비로운 빛을 냈고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 듯 빛이 나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았다.
"예쁘다..."
앤비는 젤리를 따라 조심스레 누웠다.
기분 좋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자연의 향을 한껏 풍기는 잔디가 반겨주는
기분이 들어 더 좋았다.
당장은 고민거리가 훌훌 떠나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따라 보름달이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밝게 빛나 보였다.
"어떠나옹? 묵은
피로도 같이 풀리는 것 같지?"
"네, 분위기도
있고 너무 좋아요."
고개를 돌려 젤리를 바라보자
젤리의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였다.
하늘을 바라본 눈동자는 별이 담겨 반짝였다.
젤리도 고개를 돌려 앤비를 바라봤다.
둘은 눈을 마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자연은 많은 걸 내어준다옹.
휴식 평온함 그리고 안식처..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수호목에 왔었어요.
여기에 오고 나면 포근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포근한 느낌을 받았나옹?"
"언제나 오면 좋았어요...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느낌이라.."
"누구한테도 털어놔 본 적 없나옹?"
"편하게 털어놔본 적은 없어요...
털어놓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옹?"
"불편할까봐요..."
괜히 말해서 사이가 더 어색해질까봐
내가 말하는게 별거 아닌데
털어놓는 다 생각 할까봐...
여러 이유로 말을 하지 못했다..
젤리는 고민하다 진지하게 말했다
"함께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옹. 어떠나옹"
"저랑.. 같이
가신다구요?"
"내키지 않나옹..?"
"아! 아뇨.. 내키는게 아니라 믿기지 않아서요.."
"믿어보라옹, 믿음에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지금부터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마법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옹"
젤리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진짜 저랑 같이 가는거에요...?
꿈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로
가슴도 콩닥콩닥 쉴 새 없이 뛰었다.
"물론이다옹, 그렇다고
그냥 옆에만 있는다 생각하지도 말라옹"
"진짜... 매일
정말 있는거죠..?"
"이 수호목에 맹새한다옹,
소원을 들어주는 동안에는 함께 할거다옹"
"소원이 끝나면요...?"
"그건 비밀이다옹.
우리에게는 말해줄 수 있는게 있고 말해 줄수 없는게 있다옹"
"아.. 곤란하게
질문 드릴려고 했던 건 아니였어요.
죄송해요... 사실.. 같이
가주신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해요"
"비밀은 죄송이 아니다옹,
시크릿한 부분이기 때문에..."
젤리는 찡긋 웃으며 앤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언제든지 힘든일 있으면 말하라옹"
"네...감사합니다.."
앤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말처럼 신기했다.
그 말에 세상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저... 설레여요..가슴이 콩탁콩닥"
"내가 좀 마성의 매력이 넘친다옹,
너도 그렇게 변하게 될거라옹, 믿으면 뭐든 이루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옹"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꼭 행운에 말 같아요"
"말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옹~"
"그럼 .. 같은
말을 반복해도 큰 힘이 생길까요?"
젤리는 잠시 고민했다.
"흠... 그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이건 단정지어 말할 수는 어렵겠다옹"
"그래도 좋은 말만 쏙쏙 골라서 해야겠네요"
앤비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양손을 젤리 앞에 내밀었다.
"저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게 해주신
박경원 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sbs 웹소설 수업을 들은 햇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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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