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월요일

[수정된 2화 ] 미련이 남는 시간들

 

 둘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게 들렸다.

 

귓가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게 느껴지자

긴장이 풀려 의자에 누워 버리듯 기대었다.

정말 바보인가 봐.. 왜 말을 못 할까…?

 

잠시 잠들었을 뿐인데

그 말을 듣고서 나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 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맴맴 들리는 것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

 

 

한참을 그렇게 있다

전철 문이 열리는 걸 보고 빠르게 뛰어갔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마음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

지나다니는데 어떻게 안보이 게 할 수 있지..

내가 한 게 아닌데...”

 

창밖은 여느 때와 다르게 평온해 보였다.

괜찮을 거야내일은 별일 없을 거야…”

혼자 그렇게 작게 되뇌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

 

길을 걷다 깜빡거리는 가로등불을 만났다.

그 사이에 서서 멍하니 사라졌다 보였다 하는 게

쥐고 있던 자루도 놓고 싶을 만큼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어떡하지..."

 

눈가에는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힝... 모르겠단 말이야누가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

 

고개는 힘없이 떨어졌다.

“그냥 어떨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오늘따라 어두운 밤 길이 길게만 느껴졌다.

유일한 안식처인 수호목을 보러 하염없이 걸었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나요?"

씁쓸했지만 애써 웃으며 인사했다.

 

“무언가를 바라면 이루어지게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거 아니겠나옹?

나무 이파리 사이로 젤리는 나오며 말했다.

 

 

"... 말을 하네...?"

둘 사이 정적이 흐르고

 

"... 할아버지가 말한 초록색 말랑말랑?"

"내가 보여?"

"오다가 쓰러졌나...? 아니면 오늘 온종일 꿈꾼 건가?"

 

 

"꿈이 아니라옹, 원래 나를 볼 수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이지?

심하게 놀라는 앤비의 반응에

젤리는 다급하게 수호목에서 내려왔다.

 

모습이 보인다는 게 의아했다.

그렇지만 항상 예전부터 보이고 싶었던 터라 좋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자유같다옹

 

“정말꿈이 아니예요..?

“꿈이 아니다옹, 요정이다옹~”

"요정이요?"

요정이 아니면 내가 말할 이유가 없지~”

 

마치 꿈처럼 보였다.

앤비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다시 젤리를 바라봤다.

"꿈 같겠지만 보이는 게 진짜다옹"

 

“정말… 요정이에요?

젤리는 앤비에 반복된 질문도 좋아 순간 마음이 간질거렸다.

입꼬리도 함께 진하게 올라갔다.

그럼 요정이지옹~ 지금까지 잘 버텨왔어

“…저 위로해 주시려고 오신 거예요..?

“…그렇다옹

 

앤비는 뜻 밖에 위로에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흐엉ㅡ

 

소리 내어 우는 앤비를 보며

젤리는 앤비가 외로이 수호목에 기대어 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앤비의 얼굴은 팅팅 부어오르고

젤리는 위로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지금 처럼 하면 돼…”

 

앤비는 알 수 없는 말에

다급하게 눈물을 닦고 젤리를 바라봤다

 

젖은 얼굴을 본 젤리는 조금 더 다가갔다.

정말 지금처럼 해오면 돼, 그러려면 또 용기가 필요하겠지옹?”

용기요?

“그렇다옹, 특별한 모습으로 성장할 거야

 

제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허어…! 내 앞에서 그런 말 말라옹,

달라질 수 있고, 소원을 들어주면서 수차례 봐왔다옹,

그래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좋아하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이다옹, 소원을 이룬 999개의 소원 리스트지

 

젤리는 자신감 있게 두루마리에 있는 끈을 풀고

앤비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그 두루마리 뭉치는 한눈에 봐도 낡아

변색되어 노래진 종이가 두꺼운 원통 나무를 두르고 있었다.

 

소원 리스트는 끝도 없이 풀어지고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풀어지다 돌에 걸려 멈춰졌다.

그 안에는 빼곡한 글씨들과 다양한 그림들이 안에 그려져 있었다.

우와이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 같아요…”

 

앤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루마리를 살펴봤다.

많은 문자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 찼다.

 

우와이렇게 하려면 힘들지 않으셨어요…?

종이에 적힌 무수한 흔적들이

앤비도 모르게 자꾸만 감탄하게 됐다.

없다면 거짓말~

힘든 적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경험으로 남아 좋았다옹

젤리는 두루마리를 신기하게 보는 앤비를 보며

입가에 점점 미소가 스며들었다.

 

***

 

젤리는 마지막 소원이 남았다.

 

 

  소원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키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다 깊은 잠이 들고 깨어났다.

 하나의 소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라옹”

"제 소원도 들어주시는 거예요?"

젤리는 확신에  눈빛으로 끄덕였다.

 

 

소원을 들어주고 행복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젤리는 춤추듯 앤비 사이로 돌았다.

 

♪♩♪♬ -

버드나무 잎으로 소리를 내었다.

 

소원을 시작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포착한 젤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 어떠나옹?

"어떤게요...?"

"기분이 ~ 하고 좋아지지 않나옹?"

" 괜찮아요~"

"...?"

 

이상했다.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을 내리면

달라진 눈빛을 볼 수 있었는데 앤비에 눈빛은 그대로였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옹.. 뭐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젤리는 황급하게 수호목에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차분하게 앉아 기도를 했다.

제가 소원을 미룬 것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디….

 

일부로 미룬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간절함을 찾고 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

 

.

 

젤리의 몸은 달빛에 비쳤다.

젤리는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했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세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풀벌레 소리가 울렸다. 영롱한 빛이 젤리를 맴돌았다.

 

[치르르르ㅡ]

"돌아온 건가?, 이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건가?"

주변에 맴도는 영롱한 빛들이

눈앞에 보이자, 젤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옹…"

 

역시 간절함은 닿았다.

한 줄기 빛처럼 새록새록 피어나는 기분이 다시 들었다.

젤리는 힘차게 일어나 앤비에게 갔다.

 

이제 정말로 들어줄 수 있다옹

진짜요?”

내가 평소 좋아하는 멜로디가 있는데, 들어볼래옹?”

~ 좋아요

앤비는 환하게 웃으며 젤리를 바라봤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부드러운 연주곡.

♪♩♪♬ -

 

마치 그 소리는

긴장된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게 하고

퐁실퐁실한 구름을 뛰어다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소리가 너무 좋아요…”

그렇나옹?”

, 잠들기 전에 들어도 좋을 만큼 부드러워요..”

나도 이런 포근한 음색을 좋아한다옹

뭔가 위로받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더 좋아요.. 그래서 힘들 때 노래를 찾나?”

 

수호목에 앉아 힘들 때마다 많은 노래를 듣던

앤비는 문득 궁금해졌다.

 

"노래는 보이지 않게 많은 힘을 준다옹,

마음에 동하는 노래를 들으면

나도 그 자리에 서서 멈추어 듣게 된다옹"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아니다옹~ 나도 그렇다옹,

나도 힘들면 위로를 받기 위해 서성이며 그런다옹

 

**

 

젤리는 앤비에 눈을 유심히 바라봤다

 

달빛에 어두워서 그런가…’

무슨 일 있어요…?

아니다옹

 

몸이 보이는 상태라

좀 더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기분은 어떠나옹?

~ 하고 좋아지지 않았나옹~?

“네, 요정님 만나고 좋아졌어요 ㅎㅎ

정말…?

“정말 좋아요~”

 

앤비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좋다고 해서 좋은데, 눈빛에 변함이 없어서

젤리는 무언가 콕 하니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옆에서 있을 거라옹…’

 

".. 궁금한게 있는데요. 수호목에는 언제부터 있으셨어요?"

 

오래됐다옹, 여기서 장난감부터 시험합격, 건강하게 해주세요 ~

많은 소원들을 들어주며 여기 있었어

"그렇게 많은 소원을 들어주면 기억나요?"

"소원을 들어줄 때는  특별한 기억이다옹, 그래서  기록하지."

 

젤리는 소원을 들어준 때를 잠시 회상했다.

소원은 멀지 않고 가까이 있다옹

“..지금처럼요?

 

그 말을 들은 젤리는 양 볼이 붉게 올라왔다.

.. 쑥쓰럽구먼

지금도 그렇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다 눈앞에 보이게 된다옹

진짜..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신 게 맞네요

세세하게 기억하는구나옹?”

“…?”

 

젤리는 순간 당황했다.

눈 앞에 보일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

꾸준히 지켜봐 온 걸 말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흩날리는 풀소리가 좋지 않나옹?”

"잊지 못할  같아요

오늘 여기에 앉아서 대화한 전부 모두 다요

오호 ~ 전부 다 좋았나옹?”

어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신기했다. 보이니 누리지 못할 일도 생기니

이 기분을 짧게 끝내는 게 아쉬웠다.

입가에도 미소가 서서히 번져갔다

 

나도 이렇게 불어오는 바람에 같이 앉아 있으니 좋다옹

나는 젤리다옹, 너의 이름은 앤비지?"

 

"맞아요- 제 이름 앤비에요

 

**

 

 

이제부터 속에 있는 말 편하게 하라옹

"편하게 라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옹

젤리는 우선 앤비에 모든  알기 위해 친해지고 싶었다.

 

저는…”

앤비는 망설여졌다.

편하게 말해 본 적이 없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어렵게 느껴졌다.

괜찮다옹, 천천히 말해도 좋다옹.  들어주겠다옹”

 

 말에 앤비는 오기 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실은 오해가 생겼었어요…”

자세히 말해보라옹

 

젤리는 앤비 가까이 붙어 앉았다.

제가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제대로 말을 못 해서 계속 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앤비는  일들을 떠올리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믿어주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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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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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 “어떻게요 ?..”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저를 위해서요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