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2화 보인다는 사실이 얼떨떨했다

 

이전 소원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키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다 깊은 잠이 들고 깨어났다.

단 하나의 소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라옹

"진짜요?"

젤리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끄덕였다.

 

소원을 들어주고 행복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젤리는 춤추듯 앤비 사이로 돌았다.

소원을 시작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걸 포착한 젤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자~ 어떠나옹?”

"어떤게요...?"

"기분이 팡~ 하고 좋아지지 않나옹?"

"저 괜찮아요~"

"...?"

 

원래대로라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 내린 순간,

눈빛부터 달라진 걸 볼 수 있었겠지만,

앤비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옹.. 뭐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젤리는 황급하게 수호목에 다가갔다.

“제가 이번에 늦게 깨어난 점이 있다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디….”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후 차분하게 앉아 기도 했다.

"왜 제 몸이 보이는 걸까요"

온 신경을 집중해 자연의 소리에 경청했다.

풀벌레의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젤리는 조용히 속삭였다.

"저 아이의 소원이라도 들어주세요"

젤리에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달빛에 비쳤다.

 

젤리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풀벌레 소리는 아름다운 협주곡처럼 찬란하게 울려 퍼지며

영롱한 빛이 젤리를 맴돌았다.

"돌아온 건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건가 이제?"

젤리는 일어나 양 손을 꼭 지며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에 비친 영롱한 빛을 보며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다옹"

 

젤리는 힘차게 일어나 앤비에게 갔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다옹, 괜찮다옹, 지금은 어떠나옹?"

"괜찮아요"

그보다 젤리 주변으로 맴도는 빛이 더 신기했다.

"괜찮은 게 맞나옹? 아니..”

괜찮다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계속 의문투성이였다.

눈빛도 그렇고..

살짝 연둣빛 돌면서 새싹처럼

초롱초롱해져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그 말에 젤리는 몸이 빠르게 움찔했다.

소원이 어찌 되는지 모르겠어서인지 무언가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다옹"

".. 궁금한게 있는데요. 수호목에는 언제부터 있으셨던거에요?"

“얼마나 있었을 것 같나옹?~

초반에는 아주 쉬운 것부터 장난감부터

그리고 점점 난이도를 높여 시험합격,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

아주 다양했다옹"

"그렇게 많은 소원을 들어주면 기억나요?"

"소원을 들어줄 때는 다 특별한 기억이다옹, 그래서 다 기록하지."

젤리는 소원을 들어준 때를 회상했다 말을 이었다.

"그렇게 소원을 들어주고 기다리고 들어주고 기다리고 반복했어,

나고 자라는 모습도 보고 좋았어~ 나는 진심을 다했다면 잘 되길 바랬다옹,

소원은 멀지 않고 가까이있어"

"지금처럼요?"

"맞다옹, 간절해서 보이는거라옹."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앤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요정도 이름이 있으시죠?"

 

보이니 이렇게 누리지 못할 일이 생기다니 마냥 신기했다.

이 기분을 짧게 끈낸다는 게 오히려 아쉽겠어

마지막 소원이니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옹.

 

"내가 말랑말랑하게 생기지 않았나옹?"

"! 엄청 말랑말랑하고 윤택하게 생기셨어요"

몸의 빛깔은 싱그러운 잎을 닮아 윤택이 나고 신비로웠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귀가 앞으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투명한 몸을 가져 탱글해보였다.

 

앤비는 젤리와 다르게

북슬북슬한 카라멜 털을 가진 붉은 양 볼의 반꽃잎을 한 뒤영이다.

 

 

"나는 젤리다옹, 너의 이름은 ?"

앤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 앤비에요"

"아하~ 항상 오는 거 봤다옹, 나한테 이제 편하게 말하라옹"

 

홀로 참고 견뎌내는 앤비를 바라보다 젤리는 점점 정이 들었다.

숨겨온 속마음과 함께 수호목 아래에서 우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앤비가 올때마다 고개를 내밀며 젤리는 앤비의 말을 경청했다.

 

젤리는 우선 앤비에 모든 걸 알기 위해 친해지고 싶었다.

"편하게라면..."

"속에 있는 말을 하면 된다옹"

잠시 망설여 졌다.

속에 있는 말을 해서 달라질까? 그렇게 말해서 달라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적이 없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수호목에 왔었다.

머리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털어놓고 싶은 거 마음껏 털어놔보라옹. 다 들어주겠다옹

앤비는 오기 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저.. 그럼 제가 오해받은 것 좀 풀어주세요..."

"오해를 받았나옹?"

"가능할까요?"

"자세히 말해보라옹"

앤비는 그 일들을 떠올리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젤리는 가까이 붙어 앉았다.

"제가 아무런 말을 못했어요...

아마 저라고 생각하겠죠? 말도 못하는 제가 가끔.. 속상해요

이런 제 자신이 가끔은 밉기도 하구요말할걸 말할걸이라고 맨날 생각만 해요"

앤비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후회했다.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그럼 방금 전일은…”

"이미 그들은 생각을 안할 수도 있다옹,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아니라고 말 할수 있는 용기와 거부 할 수 있는 용기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그렇게 된 과정에서 나를 미워하는 것 보단 자책하는 것 보단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기 때문이라옹

젤리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풀어주기 위해

다시 떡갈나무로 올라가, 영롱한 초록 잎을 물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 떡갈나무 잎에 이리저리 오물오물 씹다 조금씩 모양을 냈다

이내 초록색 잎을 하나 물고 오더니

갉작갉작 소리를 내며 먹었다

!

...먹지는 않았다.

나뭇잎은 하트모양으로 갉아져 있었고,

...좀 축축했다.

"선물이라옹"

그저 침 범벅인 나뭇잎 하나였다.

하지만 앤비에게는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저 받으라옹"

앤비는 떡갈나무 잎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마음 한구석이 따스하게 일렁이고. 지금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젤리가 좋아졌다.

 

“아. 맞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게 있다옹. 중요한거라고 해서 아주 중요한 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옹.

그 생각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방법들, 소중한 감정 지키는 중요한 걸 하면 된다옹

 

"소중한 감정을 지키는거요..? 그게 어떤 건데요?"

 

생각을 뒤로 미루는 방법이 있는걸까...

 

젤리는 환하게 웃으며

잔디 바닥을 툭툭 치며 앤비를 바라보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걸 하거나, 그 생각을 잊을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옹"

 

앤비는 조금 망설였다.

한 번도 수호목에서 누워본 적 없었고

벤치에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거나

수호목에 기대어 앉아 잠시 쉬기만 했다

 

[풀썩- ]

젤리는 편하게 온 몸을 맡기듯 누웠다.

 

"누워보라옹, 나는 주로 잔디에 누워서 별을 보는 거지!

아무 생각없이 별을 바라보는 것도 아주 좋다옹"

 

 

앤비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떠 있는 보름달은 크고 신비로운 빛을 냈고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 듯 빛이 나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았다.

 

"예쁘다..."

앤비는 젤리를 따라 조심스레 누웠다.

기분 좋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자연의 향을 한껏 풍기는 잔디가 반겨주는

기분이 들어 더 좋았다.

 

당장은 고민거리가 훌훌 떠나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따라 보름달이 더 크게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밝게 빛나 보였다.

 

"어떠나옹? 묵은 피로도 같이 풀리는 것 같지?"

", 분위기도 있고 너무 좋아요."

 

고개를 돌려 젤리를 바라보자

젤리의 모습은 정말 편안해 보였다.

하늘을 바라본 눈동자는 별이 담겨 반짝였다.

 

 

 

젤리도 고개를 돌려 앤비를 바라봤다.

둘은 눈을 마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자연은 많은 걸 내어준다옹.

휴식 평온함 그리고 안식처..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수호목에 왔었어요.

여기에 오고 나면 포근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포근한 느낌을 받았나옹?"

 

"언제나 오면 좋았어요...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느낌이라.."

"누구한테도 털어놔 본 적 없나옹?"

"편하게 털어놔본 적은 없어요...

털어놓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옹?"

"불편할까봐요..."

 

괜히 말해서 사이가 더 어색해질까봐

내가 말하는게 별거 아닌데

털어놓는 다 생각 할까봐...

여러 이유로 말을 하지 못했다..

젤리는 고민하다 진지하게 말했다

 

"함께 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옹. 어떠나옹"

"저랑.. 같이 가신다구요?"

"내키지 않나옹..?"

"! 아뇨.. 내키는게 아니라 믿기지 않아서요.."

"믿어보라옹, 믿음에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지금부터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마법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옹"

 

젤리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진짜 저랑 같이 가는거에요...?

꿈인지.. 진짜인지.. 모를 정도로

가슴도 콩닥콩닥 쉴 새 없이 뛰었다.

 

"물론이다옹, 그렇다고 그냥 옆에만 있는다 생각하지도 말라옹"

"진짜... 매일 정말 있는거죠..?"

"이 수호목에 맹새한다옹, 소원을 들어주는 동안에는 함께 할거다옹"

"소원이 끝나면요...?"

"그건 비밀이다옹.

우리에게는 말해줄 수 있는게 있고 말해 줄수 없는게 있다옹"

 

".. 곤란하게 질문 드릴려고 했던 건 아니였어요.

죄송해요... 사실.. 같이 가주신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해요"

 

"비밀은 죄송이 아니다옹, 시크릿한 부분이기 때문에..."

 

젤리는 찡긋 웃으며 앤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언제든지 힘든일 있으면 말하라옹"

"...감사합니다.."

앤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말처럼 신기했다.

그 말에 세상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 설레여요..가슴이 콩탁콩닥"

"내가 좀 마성의 매력이 넘친다옹,

너도 그렇게 변하게 될거라옹, 믿으면 뭐든 이루진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옹"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꼭 행운에 말 같아요"

"말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옹~"

"그럼 .. 같은 말을 반복해도 큰 힘이 생길까요?"

 

 

젤리는 잠시 고민했다.

"... 그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이건 단정지어 말할 수는 어렵겠다옹"

"그래도 좋은 말만 쏙쏙 골라서 해야겠네요"

 

앤비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양손을 젤리 앞에 내밀었다.

"저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게 해주신

박경원 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sbs 웹소설 수업을 들은 햇님입니다.



**

부족한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1화 있다는 말이 진짜였다

 

 

햇빛이 구름에 반쯤 가려 시원했던 날,

할머니의 발걸음은 한 장소에서 멈춰섰고,

그곳에는 한 나무가 있었다

 

 

그거 아니? 이 나무는 요정이 살고있단다."

어릴 때 할머니가 가르쳐 주셨던 숲 속 인적 드문 곳의 나무,

할머니는 어릴 적 이 나무에서 요정을 보았다 하셨다.

그 날은 햇빛이 쨍쨍 내려 쬐는 날이었지만 나무 밑의 그늘은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다지 덥지 않았고, 바람이 잎에 스쳐 지나가며 나는 풀내음이 좋았다.

"마음이 힘들 때나 머리가 복잡할 때 이곳에 와보렴.

요정이 도움을 줄지도 모르잖니?"

이 말을 하며 후후 웃는 할머니의 표정은,

잎 그늘 속 옅은 빛에 가려져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소심했던 앤비는,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고 숙모와 같이 살게 되었다.

지금은 생각이 더 많아지고 더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른 새벽

왜 인지 어느 순간부터

악몽을 자주 꾸고 있다.

 

"누가 너를 좋아해?"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야."

"니가 선택한 게 맞다고 생각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등 뒤에서 앤비에게 모진말을 해대고 쏘아붙이며 말했다.

도저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웅크려 앉아 귀를 막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로 끝나는 악몽.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다.

아무 말도 못했다.

 

힘겨운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멍하니 방안을 바라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호목으로 향했다.

 

수호목에 도착하자

가끔 눈 인사하던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자주 오네~"

", 안녕하세요"

앤비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무슨 소원 빌었어?"

"속마음으로 빌어도 그게 소원이 되나요?"

"간절하다면 그렇지"

 

그 말에 바로 소원을 빌었다.

'숨 쉬게 해주세요'

 

"잘 선택했네, 여기에 요정이 살고 있다는 건 알아?"

"진짜 살고 있어요?"

"그럼, 살고 있지"

"신기하네요"

 

앤비는 수호목을 천천히 둘러봤다.

"집중해서 들어보셔, 여기에 터를 잡고 있는데 그냥 있는게 아니여"

"그럼 어떡해요?"

앤비는 여러 상상을 했다.

"여기에 터를 잡고 소원을 비는 걸 다 듣는다니까. 못 봤어? 그 있잖아 연두색 애완이"

"연두색 애완이요?"

"그래~ 연두색 말랑말랑 하게 생긴 거"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아직 못 봤어?"

"아직..."

"아쉽구만 그래"

"으흠... 그러게요, 제 소원은 들었을까요?"

"눈 감고 그럼 다시 한번 소원을 빌어"

사실 속마음으로 많이 빌었는데...

그냥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언젠가 들어주실 거라고 믿어요."

"탁월한 생각이야"

"감사해요"

앤비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웃었다.

"이 구름이 지나가는 것처럼 하루를 무사히 잘 지나가게 해주세요"

흔들리는 잎사귀를 보며 씽긋 웃었다.

그리고 수호목을 바라보다 손을 흔들었다.

 

때마침 바람은 청량하게 불어왔다.

"역시 오길 잘한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려~ 좋은 하루 보내구"

 

앤비는 꽃자루를 챙기고 꽃밭으로 향했다.

 

나는 중간맛을 찾는다.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해볼까"

 

광활한 꽃밭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좋았다.

 

천천히 꽃잎이 만개하기 직전 일 것 같은 꽃들을 세었다.

"하나둘 셋... 저쪽도 하나 둘..."

 

이쪽 꽃밭에는 활짝 핀 꽃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중 제일 커다레 보이는 꽃으로 날아가 살펴보니 꽤 달콤해 보이는 꽃가루가 많았다.

 

주변에 수확할 건 많지는 않았지만,

둘러보면서 다니면 되니 나쁘지 않았다.

 

[샤락]

 

꽃에 앉아 꽃가루를 뭉쳐보자 보들보들하고 폭신한 좋은 꽃가루였다.

“엄청 보들보들하다.. 이 꽃들은 언제나 촉감이 좋네

 

부드러운 꽃가루를 만지고 있으니 왠지 마음도 폭신폭신해지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베개로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어느새 수확을 끝내고

고개를 돌려 다른 꽃들을 바라봤다.

 

“저 꽃도 좋겠다.”

 

!

 

"!"

순간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

지고 있는 꽃에 다리가 걸려 앞으로 휘청였다.

 

 

 

 

얼른 무릎부터 확인했다.

걱정한대로 빨간색 꽃 색이 그대로 번져 얼룩이 져있었다.

 

"으아.....이건 물들면 잘 안지워지는데..."

 

진 꽃은 색소가 많아서 염료로 쓰이는데, 

덜 마른 꽃을 잘못 만지면 털이 얼룩덜룩 해지기 일수라

항상 조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나쁘게도 무릎에 얼룩이 생겨버렸다.

손으로 문대도 지워지지 않았다

 

"집에 가서 비누로 지워봐야겠다.. "

 

앤비는 얼룩을 멀뚱이 보다 작게 속삭였다.

“안 지워지진 않겠지? "

 

걱정도 잠시 하다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들었다.

"금방 지워질거야~"

 

그리고 남은 꽃가루들을 확인 한 뒤

소중하게 모은 꽃가루들을 흘러내리지 않게 끈을 두 번 돌렸다.

누구나 봐도 보기 좋은 매듭이었다.

 

 

 

***

 

[ 구름꽃역 ]

 

 

높은 계단들을 오르자 집에 가기 위해 혼잡하게 줄 서있는 뒤영이들이 보였다.

“좀 늦게 출발할까…”

 

앤비는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빈 벤치를 발견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어?...”

꽃가루가 한가득 담겨

주인이 있어 보이는 듯한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잃어버렸나 봐

 

주인이 찾아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 두기에는 이리저리 치일 것 처럼 보였다.

 

잠시 고민하다 자루를 주어 분실물 센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톡톡.

 

"저기요, 그거 제 물건 아닌가요..?"

"야 이거 네거 맞는데?"

"뭐야... 진짜야? 돌려주세요!"

 

뭐지?

아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개를 돌리자 둘은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위아래로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보고

자루 주인은 말없이 내려다봤다.

 

“야 이거 니꺼 맞네! 의자에 있던 거 가져갔나 봐.’

 

앤비는 동료의 소리 치는 모습에 당황했다.

"..아뇨 전 그게 아니고..."

"그럼 그거 본인건가요?"

 

동료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다

앤비 손에 들려있던 꽃가루를 잡아서 자기 쪽으로 이끌었다.

!

거친 손길에 앤비의 몸까지 흔들렸다.

 

동료는 주인에게 자루를 건네며 말했다.

"니꺼 150% 맞아 이거"

 

주인은 자루를 열어 확인했다.

"...제게 맞네요, 꽃가루 가져가실려고 한 건가요?"

그 말에 앤비는 놀랐다.

 

자루를 확인한 주인은 이내

미간을 찌푸리고 앤비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내가 뭐하고 있지? 무슨 말을 해야하지?

저기요?”

"."

동료는 앤비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왜 말씀이 없으세요"

"..죄송해요..."

"말 안하는게 아니라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지금 말하면 뭐해요"

"....."

"그렇게 안 생겼는데 왜 그러셨대"

앤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하는 말이 변명처럼 들릴까 무서웠다.

"자기 일은 직접 하시는거에요, 알겠죠?"

"..."

내가 자기 일을 안한것 처럼 얘기하시네...

나는 오늘도 열심히 했고, 어제도 열심히 했는데..

단지 중간 꽃가루 모으느라 잘 못 모으는 것뿐인데...

이거 다 말한다고 해도 소용없겠지?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는 죄송하다고 밖에 말 못하겠지...

 

 

 

동료는 앤비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왜 말씀이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왜 죄송하단 말만 해요?"

 

아무 말도 못한 채 서있는 앤비를 보며

자기들끼리 속닥이며 말하다 이내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주변에는 아닌 척 쳐다보기 시작했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수군수군

저 벌이...

...진짜?

 

"......그런....에휴..." 

 

수군수군

 

집에 가고싶다. 

 

"......"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도망가야하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리를 피하고 싶어졌다.

 

앤비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말하지 못했다.

둘은 그렇게 앤비를 계속 채근하다

사이에 두고 끝없이 서로를 보며 말했다.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저…그만 가보겠습니다!!”

"누가 가지 말라고 했어요...?"

"... ?"

"그런 걸 왜 물어봐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가보세요"

 

그 말에 얼굴이 붉게 불타는 것 같았다.

앤비는 황급하게 몸을 돌려 빠르게 걸었다.

그리고 힘없이 지하철을 기다렸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최대한 틈새가 보이는 데로 몸을 숨기듯 들어갔다.

 

[쉬익 _ ]

 

문이 서서히 닫히고, 앤비의 심장은 더 쿵쾅거렸다.

‘어쩌지…’

마음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

앤비의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급하게 눈물을 닦고 멍하니 지하철 창밖을 보며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별일 없이 가는 날이 좋은 날이라던데..."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어느때와 다르게 평온해보였다.

그러다 또 다짐했다

"괜찮아, 내일은 별일 없을 거야..그렇게 생각 안 하면 안될 것 같아.."

혼자 그렇게 작게 되뇌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지친 발걸음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길을 걷다 그러다 깜빡거리는 가로등불 만났다.

그사이에 서서 멍하니 사라졌다 보였다 하는 그림자를 바라봤다.

"어떡하지..."

쥐고 있던 자루도 놓고 싶을 만큼 온몸에 기운이 빠져갔다.

 

앤비 눈가에는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힝... 모르겠단 말이야누가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

고개는 힘없이 떨어졌다.

“정답이 무엇인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그런 게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유일한 안식처인 수호목을 보러 어두운 밤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리고 도착해 씁쓸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나요?"

샤락,~

 

“무언가를 바라면 이루어지게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거 아니겠나옹?”

젤리는 태연하게 나무에서 나오며 말했다.

 

"... 말을 하네...?"

둘 사이 정적이 흘렀다.

 

"... 할아버지가 말한 초록색 말랑말랑?"

"내가 보여?"

"오다가 쓰러졌나...? 아니면 오늘 온종일 꿈꾼 건가?"

심하게 놀라는 앤비의 반응에 젤리는 다급하게 수호목에서 내려왔다.

 

"꿈이 아니라옹, 원래 나를 볼 수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이지?”

모습이 보인다는 게 의아했다. 그렇지만 보이고 싶었던 터라 좋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건 요정이라 그렇다옹"

"요정이요?"

"999개의 소원을 들어준 요정이지"

젤리는 순간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와 함께 입꼬리도 진하게 올라갔다.

"오랫동안 잠 들어 있었더니 몸이 쑤시네.."

“정말… 요정이에요?”

"보이잖아 지금, 그렇다옹~"

"저 위로해 주시려고 오신 거예요?"

“맞다옹, 지금까지 잘 버텨왔어~”

 

앤비는 뜻 밖에 위로에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흐엉ㅡ“

 

우는 모습을 보던 젤리는

그동안 수호목에서 앤비가 홀로 외로이 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앤비의 얼굴은 팅팅 부어오르자,

젤리는 위로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지금처럼 하면 돼…”

 

그 말에 손으로 다급하게 눈물을 닦으며 젤리를 바라봤다.

 

앤비의 젖은 얼굴을 본 젤리는 조금 더 다가가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거야

“용기요?”

“그렇다옹, 특별한 모습으로 성장할 거야"

"제가요?"

“이게 999개의 소원 리스트지

 

젤리는 자신감 있게 두루마리에 있는 끈을 풀고

앤비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그 두루마리 뭉치는 한눈에 봐도 낡아 보였다.

변색되어 노래진 종이가 두꺼운 원통 나무를 두르고 있었다.

 

소원리스트는 끝도 없이 풀어졌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풀어지다 돌에 걸려 멈춰졌다.

그 안에는 빼곡한 글씨들과 다양한 그림들이 안에 그려져 있었다.

“우와…”

앤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루마리를 살펴봤다.

많은 문자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 찼다.

 

젤리는 마지막 소원이 남았다.



* 이것은 놀심을 보며 참고한 소설입니다.



챗바퀴 같이 굴러가는 일상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 이동이 힘겨워

숨이라는 걸 쉬고 싶을 때 


어떤식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무엇이 정답이 되어 줄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제 경험을 각색해 만든 소설입니다.

여러분 마음에도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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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인연

    “그때에는 그랬지만 지금부터라도 말하면 된다옹 ~” “어떻게요 ?..” “이제부터는 용기라옹 , 나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는 거야 .” “저를 위해서요 ?” “음… 그 감정을 온전히 너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가 생각한게 아니...